책소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카스테라> <핑퐁>의 작가 박민규의 장편소설. 못생긴 여자와 못생긴 여자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20대 성장소설의 형식으로 그려냈다. 작가 스스로 '80년대 빈티지 신파'라 일컬을 만큼 내용이나 스타일에 있어서 큰 변화를 보이는 소설이다.
배경은 80년대 중반의 서울.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거부받을 정도로 못생긴 아가씨와 잘생기고 번듯하지만 부모에게 버림받은 트라우마를 공유하고 있는 두 명의 청년이 등장한다. 소설은 백화점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만난 이들 세 명의 청춘들이 만들어가는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남자들을 위한 소설이었다면, 이번 소설은 여자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에서 작가는 외모 이데올로기에 희생당하고 있는 여성의 입장을 부각시킨다. 시시한 삶을 아름답게 밝혀줄 사랑의 방식에 관한 박민규식 고찰이 담겨 있는 소설.
이번 소설에서 특기할 점은 책의 말미에 라이터스 컷(Writer's cut)을 도입한 것이다. 영화로 치자면 일종의 디렉터스 컷과 같은 장치로 독자들이 본 내용의 결말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두려는 작가의 특별한 기획이다. 또한 이 소설만을 위한 BGM 음반도 제작되었다.
저자소개
1968년에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한 직후,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제8회 「한
겨레문학상」을 수상, 일약 주목받는 작가가 된다. 박민규는 30편의 단편을 신춘문예에 지원했지만 예심을 통과했던 것은 「카스테라」뿐이었는
데, 등단 후 예전에 신춘문예에 떨어진 작품들이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고 감회를 밝혔다.
그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어릴 때부터 학교 가기가 싫었다. 커서도 학교 가기가 싫었다. 커닝을 해 대학에 붙긴 했지만 여전히 학
교 가기가 싫었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먹고 살기가 문학보다 백 배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회사 가기
가 좋을 리 없었다. 해운회사, 광고회사, 잡지사 등 여러 직장을 전전했다. 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불현듯, 소설이 쓰고 싶어졌다. 직장 생
활을 접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꼴에 『지구영웅전설』로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쉬엄쉬엄 밴드 연습도 하며, 밥 먹고 글 쓰
고 놀며 나무늘보처럼 지내고 있다. 누가 물으면, 창작에 전념한다고 얘기한다. "말로는 뭘 못해"라고 모두를 방심시킨 후, 정말이지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는 '키치'를 지향하는 듯한 표지나 떠벌떠벌대는 작가의 문체에서 가벼운 유
쾌함을 얻을 수 있지만, 곱씹어 보는 뒷맛은 꽤 씁쓸한 작품이다. "주변인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경쟁과 죽음을 부추기는 현대 자본주
의에 대한 풍자로 이어진다.
그가 기억하는 1982년은 "37년 만에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되고, 중·고생의 두발과 교복자율화가 확정
됨은 물론, 경남 의령군 궁유지서의 우범곤 순경이 카빈과 수류탄을 들고 인근 4개 마을의 주민 56명을 사살, 세상에 충격을 준 한해였다.
또 건국 이후 최고경제사범이라는 이철희·장영자 부부의 거액어음사기사건과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이 일어난 것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
공하고, 팔레스타인 난민학살이 자행되고, 소련의 브레즈네프가 사망하고, 미국의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가 발사되고, 끝으로 비운의 복서 김
득구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벌어진 레이 '붐붐' 맨시니와의 WBA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사망한 것도 바로 그해의 일이었다." 이런 시대에 '삼
미슈퍼스타즈'가 1982년, 프로야구의 출범과 함께 탄생했다. '어려운 공은 치지 않고 잡기 어려운 공은 포기하는' 만년 꼴찌 팀이었던 삼미
슈퍼스타즈를 통해 80년대 우리 모두는 피해자였으며 또한 꼴찌였다는 말을 풀어낸다.
『지구영웅전설』에 대해서 시인이자 문학평
론가 남진우씨는 “우리에게 미국은 무엇인가, 라는 매우 묵직한 주제를 만화라는 대단히 가벼운 양식을 차용해 천착한 작품이다. ”라고 평한
다. 슈퍼맨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내’가 이끌어가는 만화 같은 이 소설은 세계 유일의 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을 비판한다. 국제통화
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를 앞세운 경제 통제, 세계경찰을 자임하며 미국식 정의를 강요하는 독선 등이 그 비판의 대상이다.
『카스테라』는 2003년 여름부터 2005년 봄까지 각종 문예지에 발표한 글들을 모은 단편집으로 전생에 훌리건이 아니었을까 의심스러운 냉장
고 이야기, 링고 스타와 함께 버스를 타고 떠나는 우주여행 등 특유의 만화적 상상력이 넘실대는 단편 열 편이 실려있다. 이 책에서 소설가 이
외수는 “대한민국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인 사건 하나를 지목하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박민규라는 작가의 출현을 지
목하겠다.”라는 추천평을 남기기도 했다.
『누런 강 배 한 척』(<문학사상>, 2006년 6월)은 노년의 묵중하고 허허로운 시선을 잘
빚어낸 작품이다. 생의 주변을 정리하고 똑같은 생의 반복이 무서워 스스로 자살하려고 여행을 떠나는 화자의 심정이 고요한 묵상의 표현으로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박민규식 농담이 실존적 내면 풍경의 진지함으로 착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08년 12월부
터 6개월간 인터넷 서점 YES24에 연재한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외모 경쟁에서 뒤떨어진 여성들, 나아가 늘 외모 콤플렉스에 시
달리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이 시대 모든 여성들을 위한 일종의 연서이다. 또한 이 소설은 인간을 이끌고 구속하는 그 ‘힘’에 대한 문제
제기다. 부를 거머쥔 극소수의 인간이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에 군림해 왔듯이, 미모를 지닌 극소수의 인간들이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를 사로잡
아온 역사, 결국 극소수가 절대다수를 지배하는 시스템 오류에 대한 지적이다. 그는 이 작품을 내놓으면서 “저는 늘 스펙만을 강요하는 사회
에서 경쟁력 없이 살 수밖에 없는 대다수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삼미 슈퍼스타즈가 남자들을 위한 소설이었다면, 이번 소설은 여자들
에게 위로를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라고 얘기하기도 하였다.
말기 암 판정을 받은 40세 독신남의 귀향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
「근처」로 그는 2009년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심사위원들로부터 '작가 박민규라는 맥락에서 볼 때 의미 있는 변화의 표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한,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삶의 문제성을 근원적인 생명의 가치에 대한 파격적인 해석을 통해 새롭게 형상화하고 있는 단편
「아침의 문」은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죽음과 삶의 영역이 궁극적으로 생명의 탄생이라
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귀결되는 과정은 매우 극적이며, 이것은 사소한 일상의 테두리에 얽혀 있는 소설의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작가적 노력
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목차
1. 라스 메니나스(Las Meninas)
2. 무비 스타
3. 내가 처음 당신의 얼굴을 보았을 때
4. 켄터키 치킨
5. 루씨, 인 더 스
카이 위드 다이아몬드
6. 겨울, 나무에 걸린 오렌지 해
7. 딸기밭이여, 영원하리
8. 달의 편지
9. 바람만이 아는 대답
10. 어떤 해후(邂逅)
11. 해피엔딩
Writer's cut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