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역사로 본 경제학 이야기
1. 경제학자들이 들려주는 자본주의의 역사
경제학의 역사는 곧 자본주의의 역사라고 할 만큼, 경제학은 자본주의의 등장과 진화에 따라 계속 변화해왔다. 경제학자들이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도 이러한 자본주의의 생성, 발전, 소멸의 과정 속에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경제학 이해의 밑거름이 된다.
책세상 루트 시리즈의 신간 『자본주의의 역사로 본 경제학 이야기』는 자본주의의 변동과 그 변동이 야기한 경제학의 질문, 그리고 이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대답을 중심으로 경제학의 역사를 살핀 책이다. 이 책은 250년에 걸친 경제학의 역사를 딱딱한 경제학 이론이나 배경지식 대신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경제학이 자본주의의 변화 과정에서 생긴 문제들에 어떻게 답해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현재와 같이 사회적으로 경제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야말로 경제학의 역사를 살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위대한 경제학자들이 제시한 새로운 관점을 통해 현실 경제가 어떻게 흘러왔고, 지금 무엇이 문제인지를 고민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자본주의의 역사로 본 경제학 이야기』는 자본주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통해 경제학적 사유의 지평을 넓히고, 다양한 경제 문제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 책을 통해 경제학자들의 다양한 관점을 살펴 경제학의 역사를 이해하면, 현실 경제를 보완하고 개선할 새로운 경제학을 싹틔울 수 있을 것이다.
2. 성찰하는 자본주의를 위하여
자본주의는 이제 경제학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과 문화 전반을 지배하는 세계체제로 지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위대한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자본주의의 진화 과정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관점을 통해 현실 문제를 이해하고 개선하고자 다양한 경제학을 발전시켰다. 이 과정의 역사가 곧 경제학의 역사이다.
상업과 이윤 추구를 용인하지 않았던 고대, 경제활동에 면죄권을 부여했던 중세를 지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를 기반으로 직업에 의한 이윤 추구를 권장했던 근대에 와서 자본주의는 본격적으로 태동했다.
흔히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애덤 스미스 Adam Smith는 오늘날 현대 경제학의 주요 관심사인 시장을 분석하여 이 시장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과정이라는 점을 암시했다는 점에서, 현대 경제학을 예견한 경제학자로 여겨진다. 이는 애덤 스미스가 살았던 18세기 중반이 대규모 공장에 기반을 둔 산업혁명을 막 꽃피우려는 시기였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모든 경제학은 시대와 역사의 산물이지만, 마르크스Karl Marx만큼 그 특성을 잘 보여주는 경제학자도 없다. 마르크스의 경제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시대를 이해해야 한다. 사회 내부의 모순에 의해 혁명과 계급투쟁의 격변기를 산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어둠에 관한 경제학, 즉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경제학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마르크스의 경제학은 노동운동과 러시아혁명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오늘날에도 사회운동에서 그 수요가 많다. 이러한 격동기를 거쳐 자본주의는 케인스John Maynard Keynes의 비판에 직면한다.
이미 세계 대전과 대공황, 사회주의 혁명 같은 역사적 격변을 겪으며 자본주의의 균열을 목도한 케인스는국가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이 때문에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국가적 규제를 강화하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이른바 케인스의 부활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한 자본주의에서 시장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의 탄생지인 사회로부터 독립하게 되는지를 설명한 경제학자 폴라니Karl Polanyi의 주장에 새롭게 귀를 기울이자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저자는 이밖에도 각 시기와 다양한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살피며 자본주의의 역사를 이해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본주의의 변화는 경제학의 역사에서 지금은 공멸이 아닌 공생으로 나아가도록, 새로운 성찰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일깨워준다고 말한다.
3. 영화 속 경제학 이야기
자본주의의 역사를 통해 경제학의 본질을 탐구하는 이 책에서 저자는 널리 알려진 다양한 영화를 가지고각 장의 논의를 보충하고 확장시키는 서술 방식을 택한다. 저자는 영화 속에서 해당 시대와 그 시대의 경제관이 반영된 각 작품만의 경제학적 관점을 끄집어낸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영국 산업혁명기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을 고발하며, 왜곡된 경제학 이론이 얼마나 많은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자본주의의 비인간성을 비판하는 풍자로 가득 찬 영화「모던 타임즈」는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물질문명에 오히려 인간이 지배당하는 인간소외를 코첹디로 승화시킨다. 냉전 시기, 공산주의자 존 리드의 일대기를 그린 뢡레즈」는 역설적으로 오늘날 자본주의의 병폐와 이에 대한 견제의 메시지를 전한다. 「뷰티풀 마인드」는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실화를 통해 주류경제학의 기본 신념에 중요한 문제제기를 한다. 또한「배틀 로얄」은 극단적인 경쟁주의로 전 세계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디스토피아적 결말을 미리 보여주며, 우리에게 공멸이 아닌 공생의 경제학을 제안한다.
작품성과 재미로 널리 알려진 영화들에 담긴 다양한 경제학의 관점들은 본문의 내용과 어우러지며 이 책의 논의를 더욱 풍성하게 확장시킨다. 또한 익숙하게 보았던 영화 속에서 경제학의 관점을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는 당연시 여기던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를 독자의 일상과 유리되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들어준다.
4. 이 책의 구성
1장에서는 경제학이 태동한 시기인 고대와 중세의 경제학에 대해 알아본다. 경제학이 태동한 역사적 배경과 이에 따른 이론 정립의 필요성 등을 통한 자본주의의 등장 배경을 살핀다. 2장에서는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과 고전파 경제학의 이론을 통해 자본주의 태동기의 경제학을 알아본다. 또한 고전파의 내부적 한계와 모순을 짚어보며, 이후 이를 비판하며 다른 이론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살핀다. 3장에서는 고전파를 비판하며 등장한 마르크스 경제학과 고전파를 계승하고자 한 신고전파 경제학을 소개한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경제학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배경과 이들의 한계까지 짚어본다. 4장에서는 역사적 격변을 거치며 변모한 자본주의와 이에 대한 케인스의 문제제기를 살핀다. 또한 고전파와 신고전파에서 이어지는 신자유주의의 등장 배경을 알아본다. 5장에서는 신자유주의 위기와 함께 도래한 자본주의 위기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한다. 또한 이를 극복할 경제학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