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의 날
한국 스릴러의 대표 작가로 발돋움하는정해연의 유쾌한 일상 미스터리어느덧 다섯 번째 스릴러 장편소설을 출간하는 정해연 작가는 지금까지 주로 인간 내면의 악의와 소름 끼치는 이중성을 묘사해왔다. 첫 장편 스릴러인 『더블』은 사이코패스의 극단적인 양면성을 섬?하게 다루는 데 성공, 태국과 중국에서 출간되었고, 스타 정치인이 등장하는 『악의』에서는 인간의 저열한 밑바닥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속도감 넘치는 필체로 사람들의 어두운 그림자를 입체적으로 그리는 데 집중한 그는 ‘한국의 차세대 스릴러 작가’ ‘놀라운 페이지 터너’라는 평을 받으며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러던 2016년 ‘제2회 YES24 e연재 공모전’에서 통통 튀는 매력의 일상 미스터리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대상을 수상하며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임대아파트를 배경으로 하고, 아파트 관리인이 주인공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이면서도 기존 스릴러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설정을 현실적인 사건 속에 흥미롭게 풀어내어, 선이 굵고 잔혹한 스릴러뿐만 아니라 가벼운 일상 미스터리에도 탁월한 필력을 인정받았다. 신작 『유괴의 날』은 작가가 여러 작품에서 증명해온 장기를 발휘한 수작이다. 유괴를 소재로 했지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서툴고 인간적인 30대 남성 명준과 천재적인 두뇌로 매사 냉철한 판단을 하는 10대 소녀 로희, 둘 사이의 엉뚱한 케미스트리가 웃음을 준다. 그러면서도 스릴러로서 정체성은 잊지 않아 형사 상윤이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차례차례 밝힐 때는 인간의 악의에 대한 오싹한 공포와 예상치 못한 반전의 쾌감을 느끼게 한다. 숨겨져 있던 진상이 모두 드러나면, 남들보다 우월하고자 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이 얼마나 끔찍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독자는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