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
『삼대』는 염상섭의 대표적 장편소설로, 1931년에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다. 식민지 현실을 배경에 두고 세대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1930년대를 관통하는 여러 이념의 흐름을 펼쳐 보이면서, 유교적인 인식과 자본주의적 가치 간의 새로운 생각들이 충돌하는 면모를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구세대를 대표하는 만석꾼 조씨(趙氏) 집안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서울에서 이름난 만석꾼이다. 여기에 새로운 가치에 큰 영향을 받은 아들과 갈등이 생긴다. 일제 강점기 때 흔히 볼 수 있을 만한 사실적인 풍경을 조씨 집안으로 밀착하여 보여준다.
이것은 단순히 집안의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3·1운동 전후의 대지주의 생태나 그 당시 풍미했던 사회주의에 관한 부분이 자연스럽게 제시되어 여러 사건이 엮인다. 이렇듯 여러 인물이 엮이면서 소설 속 서사는 역사적이면서 사회적인 장면으로 확장되어 당시 있을 법한 고민과 사건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작가는 당시의 흔적으로 생생하게 포착하여 입체적으로 살피고 있다. 따라서 삼대는 그 세대의 복층적 구조만큼이나 서사의 다면성에도 주목해볼 만하다.
즉 이 소설에서는 우선 가족 내부에서 벌어지는 갈등에서 당시 사회에서 보수와 개화라는 가치의 갈등이 어떠했는지 잘 보여준다. 둘째, 김병화를 중심으로 타락한 부르주아의 삶을 보여주면서 그 문제점을 파헤친다. 셋째, 그러면서도 쉽사리 프롤레타리아 문학적인 선동에 빠지지 않는다. 특히 젊은 사회주의자들이 서로 불신하고 대립하는 장면이나 구세대를 상징하는 할아버지가 죽자 조씨 집안이 흔들리는 장면 등에서 쉽게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현상을 치밀하게 기록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그 덕분에 작가는 사실주의 문학의 모범적인 미덕을 제시할 수 있었다. 또한 넷째, 그 안에서 작가는 관찰자로서 여러 이념의 복합적인 양상을 심도 있게 펼쳐내며 깊은 명암을 지닌 서사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 잘 쓰인 소설은 그 시대의 훌륭한 역사서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삼대』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