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키스는 엘프와
푸른문학상 수상 작가 최영희의 첫 청소년소설집, 『첫 키스는 엘프와』
쉴 새 없이 내일을 향해 달리는 청소년들에게 외치는 ‘STOP 사인’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눈에 띄는 순간 자동으로 무한반복되는 소리는 집집마다 비슷하다. ‘속사포 랩’보다 빠르고 귀 따가운 엄마들의 잔소리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라고 했거늘, 이런 잔소리를 매일같이 오른쪽 귀로 듣고 왼쪽 귀로 뱉어 내는 아이들은 결국 입을 닫은 채 마음에 빗장을 내걸고 만다. 그러고는 책상 앞에 앉아 교과서가 아닌 소설책으로 눈을 돌려 그 속에서 나름의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 적어도 그곳에는 같은 처지의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친구’를 탄생시킴으로써 그들을 이해하고 어른들을 대표해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는 작가들이야말로 아이들이 바라는 ‘착한 어른’이 아닐까.
여기 뼛속까지 아이들 편인 ‘착한 작가’가 있다. 게다가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하며 쿨하기까지 하니 더 이상의 수식이 필요 없다. 바로 단편 청소년소설 「똥통에 살으리랏다」로 제11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한 최영희 작가이다. 이번에 [푸른책들]에서 출간된 그의 첫 청소년소설집 『첫 키스는 엘프와』에는 저마다 자신이 처한 현실과 그 속에서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등장한다. 치고 박고 싸우면서도 어른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갈등과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며 한층 더 성장하는 그들의 모습이 돋보인다. 또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솔직 담백하게 그리고 있어 이 작품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하고 싶은 일과 수많은 꿈을 뒤로 미룬 채 미래에 대한 압박감에 갇혀 십 대 시절을 보내는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부치는 ‘파이팅 넘치는’ 편지 같은 단편소설 여섯 편은 청소년들에게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지금, 바로 여기’를 살펴볼 여유를 선물할 것이다.